인재 유치에 대하여

2021. 3. 3. 23:49_

유능한 적군보다 위험한 것은 무능한 아군이다.

 

분야와 크기를 불문하고 조직에서는 항상 탁월한 인재를 유치하는것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당연하게도

 

어떤 사람이 인재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1. 알고리즘 테스트

기업에서 알고리즘 테스트를 도입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략 5년에서 10년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이전에 컴퓨터공학 출신 엔지니어를 기업에서 채용할 때 어떤 면을 평가했었나?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평점과 그 외 언어(TOEIC 등) 점수를 평가했던 것 같다.

 

여기서 왜 기업은 평점과 언어 점수를 평가지표로 삼았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오류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인사담당자였던 적이 없어 추정밖에 해볼 수 없지만,

 

입사해서 좋은 실적을 내는 직원들을 추적하니, 그들은 우수한 학업 성적과 언어 점수를 갖추고 있었다.

 

다양한 직원들이 입사한 후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하고 주어진 요구사항을 실체화하는 데에 탁월한 인사고과 상위 등급자들은 그렇지 않은 직원에 비해 학업성적이 좋은 편이었고, TOEIC 점수가 높았기 때문에 이후 인사담당자들은 평점을 "성실함"의 지표로 보고 TOEIC을 자격조건으로 내걸었을 것 같다.

 

항상 성실하고, 똑같이 주어진 대학 4년간 남들보다 뛰어난 역량으로 학업을 커버하고도 외국어 성적까지 취득한 이들이니 당연하게도 영어도 잘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 인사 고과가 좋은 것이지, 토익점수가 높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고, 평점이 좋기 때문에 문제 해결과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 (학업성적이 우수한) 직원이 입사를 위해 평가받을 당시엔, 피평가자가 어떠한 지표가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지 모를 때였다는 것이다.

 

보안 영역에서는 Security through obscurity라는 개념이 있다. 비밀성을 통해 보안성을 확보하는 것인데, 암호로 치자면 암호화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는 형태로 보안성을 지키는 것이다. (시스템적으로 안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태로울 수 있는 보안요소로 얘기되기도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인사담당자들이 그들의 어떠한 면을 지표로 삼는지 누구도 모르니, 그 누구도 의도적으로 평점 관리를 수행하거나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것이고, 평점과 토익점수는 문제 해결 능력과 이해력을 평가하는데 지표로 쓰일 수 있었다.

 

다만 수년이 흘러, 기취업자들의 수치화된 자료(흔히 스펙이라 부른다.)가 데이터가 되어 XXX기업은 서울권 4년제 평점 00 이상만 합격, AAA기업은 TOEIC 000 이상만 합격과 같은 정형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지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평점과 토익점수 그 자체를 취득하는데 노력한다.

5년 후, 시장에서는 평점을 통한 평가가 어려워지면서 "문제 해결과 프로그래밍을 잘할 사람"이 아니라(으로 여겨졌지만) "평점을 잘 취득한 사람"이 입사하고, 결과가 요동치게 된다.

 

이후 새로운 기준이 생긴다.

프로그래밍 업무를 하는 데에는 대학교 평점은 의미가 없지만 알고리즘 대회나 해킹대회 입상자들은 좋은 성과를 냈다.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해킹대회 입상자, 알고리즘 대회 입상자들이 좋은 성과를 내자, 입사 우대조건에 "해킹대회 입상자", "알고리즘 대회 입상자"가 추가되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해킹대회나 알고리즘 대회에서 입상했기 때문에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 게 아니라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 입상을 한 것이다.

 

이때부터 취업 희망자들은 마찬가지로 문제해결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회 입상만을 노력한다.

 

5년 후,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잘하고 프로그래밍에 탁월한 사람"이 아니라 (으로 여겨지지만) "대회 문제(전략적으로 문제풀이와 점수획득이 분석된)를 잘 푸는" 사람이 입사하게 되고, 또 결과가 요동치게 될 것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알고리즘 테스트가 트렌드가 된 지 5년쯤 된 것 같다.

 

2. 그럼 어떤 인재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알고리즘 테스트는 이기는 전략이 될 수 없다. 대신 지지않는 전략쯤은 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이대로도 좋은 전략이라 없어지지 않겠지만 절대적인 지표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본다.

 

어떤 역량을 평가함에 있어서는 그 표지판격인 평가지표는 결과를 혼란스럽게 한다.

물론 학업성적, 대회경험, 대외활동 모두 좋은 결과를 위한 표지판이지만 좋은 결과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A를 잘하는 사람은 B를 잘하더라 그러니 B를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자 가 아니라,

A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니 A를 잘하는지 확인해보자.

 

이젠 실제 문제 해결전략과 프로그래밍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과제형 인터뷰 (물론 과제 대행 등 해결할 문제가 있다.) 라던지 실제 현장에서 실무자들의 코드를 리뷰하며 리팩터링 하는 인터뷰 등으로 좋은 팀원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 같다.

 

 

컴퓨터가 이해하기 쉬운 코드를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코드를 작성하는것은 어려운 일이다.